지난 호 끝에서 한 가지를 예고했어요. 각자 워크플로를 세 버킷으로 나눠보겠다고. 사람 손에 두어야 할 일, 에이전트로 옮길 수 있는 일, 그리고 프로그래매틱하게 돌려도 될 일.
실제로 해봤어요.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달랐어요.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일 중 일부는 생각보다 인간 판단이 더 필요했고, 반대로 계속 손에 쥐고 있던 일 중에는 진작 에이전트에 넘겨도 됐을 것들이 있었어요.
에이전트로 넘어간 것들
가장 깨끗하게 이동한 건 반복 정리 작업이었어요. 미팅 후 노트 구조화, 리서치 결과 클러스터링, 템플릿 기반 문서 초안 같은 일들이요. 공통점이 있어요. 입력이 명확하고, 출력 포맷이 정해져 있고, 사람이 검토하는 단계가 뒤에 따라온다는 점. 이 구조면 에이전트가 한 번에 통과시켜도 문제가 없었어요.
미팅 메모 하나를 예로 들면, 한 사람은 이제 회의 중에 메모 앱에 두서없이 받아쓰기만 해요. 회의가 끝나면 에이전트가 녹음본 + 메모를 합쳐서 Notion에 구조화된 버전을 올려놓습니다. 회의 후에 "정리"라는 작업은 더 이상 그 사람의 일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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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기기 좋은 조건
입력이 고정되어 있고, 출력 포맷이 정해져 있고, 사람이 최종 검토하는 구조.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에이전트가 중간을 처리해도 결과물 품질이 크게 안 흔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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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손에 더 남아 있던 것들
판단이 들어가는 순간이 훨씬 많은 일이 있었어요. 방향 결정, 트레이드오프 판단, 피드백을 해석하고 다음 단계를 정하는 것. 에이전트가 이걸 아예 못 하는 건 아닌데, 결과물을 확인하고 "맞다 / 아니다"를 판단하는 데 오히려 사람 시간이 더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어요.
정기모임에서 나온 영화모임웹 예시가 그랬어요. 두 극장 사이의 거리를 UI로 보여주는 기능이 있었는데, 말로는 단순해 보여도 실제로는 쉽지 않았어요. 선의 각도, 거리 숫자의 크기, 위치, 전체 디자인이 원하는 느낌으로 잘 나오지 않아서 20번은 넘게 다시 시도했어요.
에이전트는 코드를 계속 바꿔줬지만, "이게 보기 좋은가", "거리감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가", "지저분하지 않은가"는 결국 사람이 봐야 했어요. 그때 가장 크게 느낀 건, 이런 작업에서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정말 절실하다는 점이었어요. 구현보다 어려운 건 원하는 화면을 정확히 판단하고 설명하는 일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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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손에 두는 게 나은 것
검토 비용이 실행 비용과 비슷하거나 더 크면, 아직 직접 하는 쪽이 빨라요. 에이전트 결과를 "맞다 / 아니다"로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직접 했을 때와 다르지 않다면, 넘기는 게 효율이 아닐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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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기려다 실패한 것들
예상 밖의 실패도 있었어요. 최근 정기모임에서는 자동 구매 봇 코드를 이어받은 이야기가 나왔어요. 겉으로는 돌아가는 코드였지만, 빠르게 만든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서 유지보수와 기능 추가가 쉽지 않았다고 해요. 결국 일부는 이전 버전으로 되돌려야 했고요.
이때 보인 건 단순했어요. 에이전트나 AI가 "작동하는 코드"를 만드는 것과, 사람이 나중에 이어받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건 다른 일이라는 점. 넘기기 전에 완료 기준뿐 아니라, 다음 사람이 읽고 고칠 수 있는 기준까지 정해두지 않으면 그 작업은 나중에 다시 사람 손으로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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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y this
에이전트에 일을 넘기기 전에 "작동한다"의 기준과 "다음 사람이 이어받을 수 있다"의 기준을 따로 적어보세요. 둘은 같은 말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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